1. 드라마 소개
JTBC 2022.04.09. ~ 2022.05.29.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 나의 해방일지 입니다.
2. 주요 등장인물
2.1 염창희
삼 남매의 둘째.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철이 안 들었대. 왜? 할 말이 없거든. 왜 할 말이 없게? 내가 맞는 말만 하거든. 드럽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척 상황 분석하고 말하는 인간들, 돌아버려. 인간의 감정과 이성에 논리가 있는 줄 알아? 없어.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고가 논리야. 애정이 논리야. 이 세상에 애정 법 외에는 아무 법칙도 없어. 단박에 핵을 뚫고 들어가서 얘기하면 나 보고 다 철이 안 들었다,
2.2 염미정
삼 남매의 막내. 사랑받을 자신은 없지만, 미움받지 않을 자신은 있다. 자신을 대화의 중심에 놓는데 능숙한 또래들에 비해, 미정은 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재주가 없다. 나의 말과 그들의 말은 다르다. 그들끼리 통하는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말들은 어느 한 구절도 미정의 마음에 스며들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그래도 늘 웃는 낯으로 경청하고 수더분하게 들어준다.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또래들을 보면 여전히 낯설다. 저들은 정말 행복한 걸까?
2.3 구씨
외지인. 하루를 견디는데 술만큼 쉬운 방법이 또 있을까? 마시다 보면 취하고, 취하다 보면 밤이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이 생활도 괜찮구나. 우울한 기분은 잠깐. 우울하면 또 마시면 된다. 동네 어른이 잠깐 도와달래서 도와줬더니, 그 뒤로 틈틈이 부른다. 돈도 주고 밥도 주면서. 하루에 몇 시간 아니지만 일하면서 술 마시니 그렇게 쓰레기 같지만은 않은 느낌을 준다.
2.4 염기정
삼 남매의 첫째. 아침에 눈뜨자마자 시풀시풀 거리다가 발등 찍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풀시풀 거리다가 무릎 찍는 기정을 보고 엄마는 딴 게 팔자가 아니라고, 심뽀가 팔자라고, 심뽀 좀 곱게 쓰라고. 나이 들면 세련되고 발칙하게 '섹스 앤 더 시티'를 찍으며 살 줄 알았는데, 매일 길바닥에 서너 시간씩 버려가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느라고 서울 것들보다 빠르게 늙어 간다. 밤이면 발바닥은 찢어질 것 같고, 어깨엔 누가 올라타 앉은 것 같다.
2.5 염제호
삼 남매의 아버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고 말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 그냥 사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는다. 다세대주택에 들어가는 싸구려 씽크대를 만들어 다는 일을 하면서,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밭일을 한다. 커피 한 잔 사 마셔 본 적 없고, 잠깐 숨 돌릴 때도 앉아서 쉬어본 적 없다. 이십 년 전, 매제 사업에 보증 잘못 서줬다가 휘청하면서, 그거 갚느라 고생하면서 여전히 종일 일하는 신세가 됐다.
2.6 조태훈
미정의 직장 동료. 아내와 결혼할 때 최고의 패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에겐 아니었던 모양이다. 살면서 점점 실망하는 기색이 보이더니 결국 해외 나가서 공부 좀 하고 오겠다고 했을 때 감 잡았다. 이러다가 헤어지겠구나. 비록은 이혼했지만 인생에서 제일 잘한 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랑스러운 아이 유림이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가 제 엄마와 똑같은 기색을 내게 보인다.
2.7 지현아
삼 남매의 동네 친구. 창희 현아 두환은 삼총사처럼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개구리도 잡아먹고 공도 같이 찼다. 그중에 항상 대장 노릇을 하던 현아. 스무 살이 되면서 가족이 다 같이 서울로 이사 갔다. 그 뒤로도 가끔씩 만나는데,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스스럼이 없다. 이렇게 자유롭고 이렇게 뜨거운 여자가 또 있을까? 현아의 얘기는 촌스러운 이 동네 친구들에겐 신기하고 놀랍다. 수많은 남자를 만나봤기에 현아가 말해주는 에피소드는 이들에겐 도움이 된다.
3. 나의 해방일지 감상평
드라마 완성도
방영 후 꽤 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드라마이다, 경기도민인 삼 남매가 각각의 삶을 현실적 이야기로 풀어내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염 씨네 삼 남매는 모두 각자의 결핍이 있다. 이성과의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이 간절한 첫째 딸, 목표도 모른 채 달려오다 지친 둘째 아들, 자존감 낮고 평범해 빠진 막내딸. 그러나 그들은 어느 순간에 다다르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결핍을 직면하여 자기를 속박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기를 애쓰며 성장해간다. 단순한 생활 습관의 변화나 업그레이드된 존재로서의 ‘나’가 아니라 그들 자신이 인정하는 방법으로 해방되어가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용기를 준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도 나를 속박하는 것과 갖지 못한 무언가를 찾아보라고 요청하는 것 같다.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도 괜찮다고 위로를 전하면서 말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단연 “나를 추앙해요”인데, “난 단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다”는 ‘염미정’의 말에서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현대인들이 시달리고 있는 정서적 결핍을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에 비해 생활수준은 아주 좋아졌고 빠른 기술 발전은 우리를 매우 편리한 일상에 데려다 놓았지만, 왜인지 마음은 더 외롭고 기댈 데를 찾지 못한다. 우울하고 조급하고 견디지 못해 쉽게 분노한다. 그래서인지 ‘염미정’의 무기력함과 답답함에 그런 우리의 모습이 녹아있는 것 같다. 극 중에서 그녀는 나쁜 남자를 만나고 배신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자유하지 못한 자신을 보며 답답해하는데 그때 우연히 아버지 싱크대 공장으로 흘러들어온 정체 모를 인물 ‘구 씨’를 만나 서로의 해방을 응원하고 돕는 존재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염미정’과 ‘구 씨’의 로맨스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 그 이상이다. 추앙이라는 단어가 어색한 만큼이나 그들은 너무나도 채워지고 싶었던 존재들로 묘사된다. 방법을 몰랐던 그들은 서서히 서로를 채워간다. 자신을 추앙해서 채워달라는 ‘염미정’은 자신도 ‘구 씨’를 조건 없이 사랑하며 그것으로 채워진다. 사랑의 이타성이 갖는 아이러니와 아름다움을 이 둘의 관계로 잘 풀어내었다. 작가가 사랑을 추앙으로 바꾸어 쓴 이유는 로맨스로 물든 연인의 사랑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지 않을까. 성격 뚜렷한 삼 남매와 그 주변 인물들 간의 소통, 특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염미정’과 ‘구 씨’가 서로를 치유하고 해방 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해방일지는 어떻게 적혀지고 있나 생각해보게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공허함을 ‘구 씨’의 인생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돈과 권력이 최고인 화려한 밤의 세계와 인간의 욕망, 모두 가진 것 같았지만 배신당한 알콜중독자 ‘구 씨’. ‘염창희’가 ‘구 씨’의 최고급 외제차를 잠시 소유하는 이야기로 코믹스럽게 그려냈는데 물질이 우상이 된 현실을 꼬집는다. 외제차 뿐만 아니라 들개나 아기의 존재, 일기, 술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상징하는 바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각자가 해야 할 진정한 해방은 무엇인지 묻게 만들어주는 드라마라서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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